정부가 또다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만14세에서 13세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잔혹한 청소년 폭력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단골로 발표해왔지만 2년이 넘도록 법제화는커녕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 사회부총리 부처인 교육부는 법무부로, 법무부는 다시 국회로 공을 떠넘기며 여론 환기용 카드로만 활용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15일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2020~2024년)’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중대한 학교폭력은 엄정 대처한다는 정부 정책에 맞춰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14세에서 13세로 낮추고, 중대 가해행위를 하면 초범인 학생도 구속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교과수업에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날 발표한 정부의 촉법소년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3년 전에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교육부와 법무부 여성가족부 경찰청이 2017년 12월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보면, 발표 자료 첫머리 제목에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추진 등 중대한 청소년폭력 강력 대응”이라고 쓰여 있다.
당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으로 청와대에 소년법 폐지 청원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내놓은 정책이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 전문기관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2018년 7월에도 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대구 여중생 성폭행 사건, 서울 관악산 고교생 집단폭행 사건이 공분을 일으키고 청와대 청원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과 긴급관계장관 회의를 열었다. 당시 정부는 “올해 내로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김상곤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청원 답변 영상에서 “형사미성년자(만14세) 기준은 1953년 만들어졌다”며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달에는 사회관계장관회의 결과로 도출된 학교폭력 보완 대책, 법무부가 주도해 연말에 발표한 ‘제1차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에서도 같은 내용이 반복됐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여중생들이 초등학생 1명을 노래방에서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형사미성년자를 13세로 낮추도록 국회가 조속히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여론이 잦아들자 정부도 국회도 다시 잠잠해졌다.
이처럼 정부가 TF까지 꾸리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도입하겠다고 수차례 약속을 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각 부처의 ‘칸막이 행정’과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논의가 겉돌기 때문이다.
기자가 교육부에 ‘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가’라고 문의하면 교육부는 “법무부 소관”이라며 한 발 뺀다. 법무부는 국회 탓을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한 차례 법사위 제1소위에서 논의됐을 뿐”이라며 “민생법안에 포함되지 않아 후순위로 밀린 결과”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발표만 해놓고 정작 의지 부족으로 추진은 하지 않는 셈이다.
일각에서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낙인효과가 더 사회적으로 나쁘다” 등의 반론이 존재한다면, 공론화 등을 통해 논의를 이끌고 결론을 도출해야 하지만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