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파문을 일으킨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의 ‘왕실 독립’ 선언 불똥이 캐나다로도 튀었다. 해리 왕자 부부가 캐나다에 머물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권, 공식 칭호, 경호비 등을 놓고 캐나다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해리 왕자 부부가 이민과 세금 문제, 공식 직함에서도 일반 캐나다 주민과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와 다수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캐나다 이민국은 “시민권법에는 영국 왕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며 “합법적인 영주권자가 되려면 이민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리 왕자 부부는 방문자 자격으로 최대 6개월까지 캐나다에 거주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왕자 부부는 복잡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 방문자 자격으로 머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캐나다에서 ‘서식스 공작’과 ‘서식스 공작 부인’이라는 공식 칭호를 사용하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캐나다 의회는 시민들이 영국 왕실로부터 공식 칭호를 받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다만 영국 왕족이 캐나다로 이주한 사례가 없어 결의안이 이 경우에도 효력이 있는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앞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전날 해리 왕자의 거취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한 뒤 성명을 내고 “해리 왕자 내외가 영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생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 언론 이브닝스탠다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해리 왕자 부부의 경호비용 일부를 캐나다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연간 100만 파운드(약 15억원)에 달하는 왕자 부부의 경호비용 중 절반인 50만 파운드(약 7억5000만원)를 캐나다 정부 재정으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영연방 가운데 하나로 영국 왕족이 캐나다에 머무를 때는 캐나다 연방경찰의 경호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영국 왕실에서 물러나기로 한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해 캐나다 정부가 경호할 의무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뤼도 총리가 이미 왕자 가족의 경호비용 지원을 약속하고 안전을 장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SNS 등에는 “캐나다가 왜 영국인인 해리 왕자 부부를 위해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빌 모르노 캐나다 재무장관은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된 일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해리 왕자 부부가 오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캐나다 유력지 글로브앤드메일은 정부에 이들의 영구 이주를 불허하라고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