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뒤 나온 발언이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참모는 아니지만 청와대의 기류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흘려들을 수 없다. 폭등한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킬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고 허가제 도입까지 들고 나온 건 지나쳤다. 매매 허가제는 사적 거래의 자유를 제한하는 초법적 조치이자 행정권의 남용이다. 위헌 논란을 부르고 시장의 혼란과 불신을 키울 것이다.
이런 식의 규제 일변도의 어설픈 충격 요법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6·19 대책을 시작으로 8·2 대책, 9·13대책 12·16 대책 등 굵직한 것만 해도 1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3년간 40%나 올랐다.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동산을 사두면 돈이 된다’는 시장의 믿음을 깨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는 일부 지역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한 것은 과욕이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 수요와 공급, 경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 특정 지역의 집값을 단기간에 끌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기간 성과에 집착해 땜질식 대책을 마구 쏟아내는 것은 투기세력의 내성을 키워줄 뿐이다.
투기세력을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보유세 강화일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다주택자와 비거주자에 대한 세 부담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보유세 강화가 공감을 얻으려면 실거주자에 대한 세 부담을 덜어주고 취득세,등록세 등 거래세는 낮추는 등의 보완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도심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늘리는 대신 개발 이익은 환수하는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즉효약은 없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대책들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갈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뚝심있게 실행하는 게 느린 듯해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설]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초법적 조치이자 행정권 남용이다
입력 2020-01-1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