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아인 게 자랑스럽습니다. 하나님이 내 아버지인 걸 비교적 일찍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기대’ ‘축복의 사람’ 등의 곡으로 유명한 CCM 가수 박요한(44) 목사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예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5년부터 홀트아동복지회 홍보대사를 맡아 전국의 교회 대학 기업 등 60여곳에서 홀트가족사랑예배를 이끌며 입양 인식 개선과 기부에 앞장섰다. 이러한 공로로 이날 홀트아동복지회 고액후원자 모임인 ‘탑리더스’ 위원으로 위촉됐다.
박 목사는 생후 2일 만에 홀트아동복지회에 보내져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중학생 때 입양 사실을 알고 잠시 방황했지만, 매일 골방에서 자신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어머니를 본 뒤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위촉식에 앞서 열린 직원예배에서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고아가 되는데 나는 일찍 그렇게 된 것뿐”이라며 “고아였기에 하나님을 아버지로 일찍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분의 아들 된 게 자랑스럽다”고 고백했다.
박 목사가 입양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건 38년 만에 생모를 만나고부터다. 양어머니의 기도와 사랑으로 정체성 혼돈은 극복했지만, 입양인에 대한 편견 탓에 외부에 알리기는 저어됐다. 2013년 홀트아동복지회의 주선으로 생모와 만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왜 그때 나를 그렇게 보냈는지,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는지.’ 수없이 마음에 되뇌었던 질문을 꼭 물어보리라 결심했지만, 오열한 채 미안하다며 다가오는 생모를 보자 이런 생각을 접었다. 그는 생모를 꼭 껴안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용서합니다.”
박 목사는 “길러준 어머니께 받은 사랑의 힘이 컸고, 근본적으로는 하나님 사랑과 은혜가 있었기에 생모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입양이 상처가 아닌 건강한 고백이 되면서 깨진 가정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더 많이 품게 됐다”고 말했다. 생모와의 만남 이후 그는 지금껏 입양 가족과 미혼 한부모 가정을 돕는 봉사활동과 상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박 목사는 특히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 등으로 입양과 낙태를 고민하는 미혼모에게 “인생 전체를 보라고 꼭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인생을 힘들게 한다는 걸 생모를 보며 느꼈다. 그분은 아기를 포기했다는 걸 가슴 한쪽에 품고 평생 아프게 살았다”며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 그만큼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결정이란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CBS ‘새롭게 하소서’ 공동 MC를 맡았다. 최근 신곡 ‘오늘이 선물입니다’를 내는 등 CCM 가수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목사는 “여러 활동 중에도 홀트가족사랑예배는 꼭 참여하려 한다”며 “올해는 입양인 장애인 등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눔의 손길을 내미는 한국교회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