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직제개편 의견수렴 요식행위 아닌가

입력 2020-01-16 04:02
법무부가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14일 대검찰청에 보내 16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직제개편안은 전국 검찰청에서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부서 13곳을 형사부 10곳과 공판부 3곳으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수사부 4곳 중 2곳, 공공수사부 3곳 중 1곳, 외사부, 조세범죄조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폐지된다. 인권·민생에 집중하기 위해 직제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는 후속 인사를 단행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인다.

반부패수사부 2곳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삼성물산·제일모직 인수·합병 의혹을 수사해 왔고, 공공수사부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캐고 있다. 조세범죄조사부도 조 전 장관 측 사모펀드와 관련된 상상인그룹 수사를 맡고 있다. 폐지 대상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 부서가 사라지면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력비리 수사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조세범죄조사부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8년 수사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신설된 조직이다. 그런 조직을 갑자기 없애겠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일반인 피해자들을 낳는 대형 금융범죄를 척결해온 민생 관련 수사부서인데 이를 폐지한다니 누가 이해하겠는가.

대검이 개편안 반대 의견을 제출한다고 해서 법무부가 수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것으로 치부할 게다. 대통령령인 직제개편안을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검찰 중간간부(일선청 차장·부장검사) 인사를 강행해 권력비리 수사팀을 대거 교체할 게 확실시된다. 이에 대해서는 진보 진영 내에서도 우려를 표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제·정치권력 견제 기능 축소 우려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개편안 재고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개편 방향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인사나 조직개편을 통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키거나 중단시켜서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못들은 척 딴청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