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천명에도… 시장은 여전히 반신반의

입력 2020-01-15 04:06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연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삼세번 천명했다. 지난해 말 국민과의 대화, 올 초 신년사에 이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책이 실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며 추가 대책을 시사하고 나섰다.

시장과 SNS에선 정부가 총동원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만큼 이른바 ‘갭투자’ 등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는 확실히 잡힐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히 상승한 일부 지역들은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 이례적으로 가격이 오른 곳에 대해선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콕 집어 언급된 지역은 1차적으로 이미 십수억원을 뚫고 천장까지 오른 강남권과 갭메우기로 가격차를 메우고 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으로 보인다. 고가 주택에 대한 정밀타격을 통해 이들 지역의 가격을 떨어뜨릴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강경책에 따른 학습효과와 함께 규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반복해서 주장하는 ‘강력한 대책’은 지금까지라면 오히려 부동산 투자(정부 표현으로는 투기)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주는 결과로 귀착되었다”고 지적했다. 당초의 의도와 달리 ‘부동산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시그널로 작용했기 때문에 추가 규제에 앞서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한 만큼 ‘9억원 이상’으로 선이 그어진 고가 주택 상승세가 제동이 걸린 다음 타깃은 9억원 미만 주택의 수요 억제에도 나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강북 지역 및 가격 오름세가 전이된 주요 수도권 지역까지 규제 범위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지난달 기준 8억9751만원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에 비해 50% 가까이 튀어 오른 상황이다. 이를 이전 수준으로 돌리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이번 발언이 총선을 앞둔 ‘민심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평가절하 역시 존재한다.

9억원 이하 갭메우기가 이미 시작됐고, 전셋값 역시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시장이 안정되고 있으니 정책기조를 이어 가겠다’는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하고 설익은 대책으로 인해 불타는 시장에 기름을 퍼붓는 바람에 양극화와 상실감만 커져왔다”며 “집값 안정, 특히 서울·수도권은 결국 물가상승률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선에서 우상향하는 것이 현실적 기대치인데 지금처럼 ‘규제-급등-규제’의 무한 반복을 조장하는 것은 유주택자나 무주택자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