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위협 중요치 않아”… 이란작전 정당성 스스로 엎은 트럼프

입력 2020-01-15 04:03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군부 실제 제거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근거로 들었던 ‘임박한 위협’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작전의 명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문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붓는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가짜뉴스 미디어와 민주당은 테러리스트 솔레이마니에 의한 공격이 임박했었는지, 또 나의 팀이 의견 일치를 봤는지를 밝히려 노력하고 있다”며 “답은 둘 다 매우 ‘그렇다’이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여기서 나왔다. 그는 이어 “그러나 그의 끔찍한 과거 때문에 그것(임박한 위협)은 정말로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인사들과 가짜뉴스는 테러리스트 솔레이마니를 아주 멋진 사람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단지 내가 20년 전에 처리됐어야 했던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전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 대사관 4곳을 공격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첩보는 없었다고 말한 뒤에 나왔다. 행정부 내에서도 엇박자가 나면서 실제 임박한 위협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솔레이마니 살해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임박한 위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은 증폭됐다.

국제법상 예방적 자위권에 근거한 선제공격은 임박성·비례성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 정당성을 인정한다. 즉 적의 공격 위협이 임박하고, 이를 막을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 위협 정도에 비례하는 정도로만 허용된다. 이 원칙은 1837년 캐나다 독립군을 지원했던 미국 선박 캐럴라인호를 영국군이 공격한 ‘캐럴라인호 사건’을 계기로 국제 관습법으로 확립됐다. 유엔도 원칙적으로 국가 간 무력 사용을 금지하면서 헌장 42조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경우, 51조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만 무력 사용을 허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이 미 대사관을 공격하려는 임박한 위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위협이 있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민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는 와중에 행정부 일부에서 임박한 위협이 없었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을 가중시켰다. CNN방송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대사관 보안 관련 국무부 당국자들은 4곳의 대사관에 대한 임박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은 또 전직 국무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무부는 (위협이 임박할 때) 통상 해외 외교관의 움직임을 제약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하는 등 분명한 경고를 보낸다”며 당시에는 이런 조치가 없었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솔레이마니 제거 배경과 관련한 미 하원의 증언 요청을 거부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내일 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기로 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엥걸 위원장은 이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공습에 관해 매일 새로운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임박한 위협이 정말로 있었는가? 더 큰 작전의 일부였는가? 법적 정당성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경로는 무엇인가?”라고 압박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