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청와대 하명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송병기(사진) 경제부시장을 면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결정이 4·15 총선 출마 의사를 강력히 피력해온 송 부시장에게 길을 터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직사퇴 시한(16일)을 이틀 남겨두고 나온 울산시의 결정은 형사피의자를 총선에 나갈 수 있게 해준 ‘요식행위’란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울산시는 14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송 부시장에 대해 직권면직을 의결했다. 직권면직이란 공무원의 징계 사유가 발생했을 때 인사권자의 직권으로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말한다.
송 부시장은 최근 직권면직 신청을 했고 송철호 울산시장이 이를 수리하기 위해 인사위원회 개최를 결정했다. 인사위는 송 시장이 이미 송 부시장과 사전 조율을 끝냈다는 점에서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던 셈이다.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일반공무원의 경우 형사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면 공공기관은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해당 공무원을 해임하지 않는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의원면직이 아니라 파면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결정은 송 부시장이 정무직인 만큼 직권면직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송 부시장은 자신이 시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계속 사직 의사를 전해 왔고 무죄추정의 원칙상 장래의 불확실한 사유를 근거로 현 시점에서 불이익 처분을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권면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중인 자라도 면직이 반드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울산시의 비위 공직자 면직처리 제한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감사원과 검찰, 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경제부시장은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별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비위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 대통령령인 ‘지방 별정직 공무원 인사 규정 제13조’에 따라 인사위원회 의결과 최종 인사권자인 시장 결정으로 직권면직된다. 비리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이 방식으로 물러났다.
울산시는 송 부시장 비위와 관련해 검찰에서 계속 수사 중이고 사법기관으로부터 징계절차 내용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 징계심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의 징계는 감봉, 정직, 파면 등이다.
이번 결정으로 송 부시장은 4월 15일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 송 부시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공직자 사퇴 기한인 오는 16일 전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송 부시장은 설 이후 이달 말쯤 남구 갑지역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검찰의 하명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전했다는 것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