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안흥농협은 약 54개 농가의 공동상품화를 돕고 있다. 안흥농협 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사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함께 선별, 포장 및 출하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해 이들 농가에서 올린 매출액은 42억원에 달했다. 특히 APC가 생기면서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인증’을 받아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납품 길이 열렸다. 파프리카의 경우 지난해 일본과의 통상갈등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렸지만 GAP 인증 덕분에 국내로 공급을 틀어 또 다른 기회를 잡기도 했다.
APC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규격화, 상품화에 필요한 집화·선별·포장·출하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시설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농가의 경우 힘들게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농가 단위에서 포장이나 출하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다. 이런 중소형 농가를 모아 공동작업을 하는 곳이 APC다. 안흥농협은 2018년 APC를 세웠다. 기존에는 창고 건물에서 선별작업만 했는데, 정부 도움을 받아 APC를 만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6년부터 APC의 사업 단계별로 맞춤지원을 하는 ‘산지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을 생산하는 지역 농가는 APC에서 공동작업을 통해 유통비용을 아낀다. APC가 생기면서 ‘GAP 인증’이나 소포장 출하 등이 가능해지면서 대형 유통업체 납품과 직거래 출하도 이뤄졌다. 공동작업에 참여한 농가 수입도 늘고 있다. 안흥농협 관계자는 14일 “2017년 농식품부와 aT 컨설팅 사업자로 선정된 후 APC를 준공했다”며 “APC 건설로 지역 농가들이 선별, 포장 등 부가적 활동보다 ‘생산’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서상주농협도 APC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상주농협은 지난해부터 APC에서 공동 상품화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거둔 농산물 판매 실적만 450억원에 이른다. 총매출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포도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캠벨, 샤인머스캣으로 지난해 20억원 수출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APC 내에는 수출용 포도 선별기, 내수용 포도 선별기, 복숭아·사과 공용 선별기 등이 설치돼 있다.
서상주농협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아 APC 상품화 시설을 사용한 후 농가 평균 수취가격이 15~20% 정도 높아졌다”며 “최근 APC 소속 농가 모두 GAP 인증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