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흐름에 탄력 붙었지만… 불확실성도 커진다

입력 2020-01-15 04:09
KEB하나은행 직원이 14일 서울 중구 본점 딜링룸에서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이 직원의 앞쪽 대형화면에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다 전 거래일보다 0.1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15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미국이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중국을 제외하면서 원화 강세 흐름에 탄력이 붙었다. 1단계 무역합의 공식 서명을 앞두고 미·중 화해무드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한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두고 미국이 정치·경제적 필요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단계 무역합의를 앞두고 미국이 환율조작국 카드를 다시 꺼내면 ‘미·중 무역분쟁 2탄’으로 확전될 우려가 크다.

중국 인민은행은 14일 달러·위안 환율을 6.8954위안에 고시했다. 전 거래일보다 0.0309위안(0.45%) 내렸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달 5일(7.0521위안)부터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달부터 경기회복 기대감을 업고 강세를 보이던 위안화는 환율조작국 제외 소식에 힘을 받고 있다. 위안화와 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이는 원화 가치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와 위안화 ‘몸값’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둘 다 신흥국 통화라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 안전자산(달러)보다 위험자산인 신흥국 통화(원화, 위안화 등)로 수요가 몰린다. 여기에다 한국은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경제가 휘청이면 한국 수출기업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두 나라의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같이 흘러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당분간 원화 강세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들어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다소 주춤하지만, 지난해 바닥을 쳤던 신흥국 경기가 ‘기저효과’를 타고 회복세를 타고 있어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이 6.7~6.8위안까지 내려간다면, 앞으로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은 1149원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연임에 성공하면 2단계 무역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그전까지 특별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들이 비교적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조치가 되레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통상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1년의 심사과정을 거친다.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5개월 만에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이 언제든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카드를 내밀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1990년대 다자간 무역협정을 맺은 이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품수지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중국과 기술 패권을 논하는 2단계 무역합의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압박 카드’로 내밀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1단계 무역합의보다 2단계 무역합의에 더 주목했다. 옐런 전 의장은 13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AFF)에 참석해 “1단계 무역합의에도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문제나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망 등 최신 기술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더 타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