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통과 이후 대대적인 수사조직 개편과 인력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수사재량권이 확보된 만큼 조직 역시 키우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수사역량 대폭 개선은 물론 권력에 취약한 구조 보완을 위해 조직 전반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경찰은 본격적인 조직 개편에 착수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논의된 개편안 중에는 서울청 산하에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를 통합한 광역수사단을 신설하는 안이 포함됐다. 신설되는 수사단 산하에 반부패범죄수사대와 금융범죄수사대를 설치하고 마약·조직범죄 수사대를 두는 내용도 있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수사인력을 400명 이상 확충하는 안도 추진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14일 “조직 개편안의 경우 논의된 여러 안 중 하나일 뿐 결정되거나 정리된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수사인력 확충은 연초 인사에서 우선 일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선 경찰 조직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우선 수사역량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 출신인 정세종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같은 9급수사관일지라도 검찰과 경찰은 수사역량 차이가 큰 게 사실”이라면서 “파출소나 지구대 등 현장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차마 공개 못할 정도로 경찰들의 법률 지식이 부실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과거 정권에서 경찰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는 데만 치중한 감이 있다”면서 “경찰이 될 수 있는 기준과 내부 전문교육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경찰 조직이 시급히 강화해야 하는 건 내부 교육역량”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찰 조직부터 교육기관장을 한직으로 분류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면서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을 보내 경찰이 양질의 실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수사과정의 대대적인 개혁 역시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법제도 전체를 ‘가해자 중심’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고지의 의무를 강화해 수사 상황에 당사자가 의문을 품지 않도록 하고, 일상에서도 시민들의 참여를 강화해야 경찰과 국민 사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의 ‘흔들기’에 취약한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경찰이 정치권력에 취약한 근본적 원인은 인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계급이 11개(의경 제외)에 이를 정도로 많다보니 승진을 위해 충성을 강요받고 결국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기 쉽다”면서 “미국처럼 5, 6개 계급으로 단순화해 일선 경찰이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