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한 인식이 문제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 7일 발표된 신년사 등 최근 발언을 보면 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인식은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로 요약된다. 14일 신년 기자회견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경제 선방론’은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와 큰 거리가 있다. 그 근거들도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장률 2%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세계로 놓고 보면 우리와 비슷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규모를 갖춘 국가 중에는 미국 다음으로 2위”라며 “어려움 속에서 선방했다”고 했다. 일단, 지난해 3050클럽 국가들의 성장률이 아직 나오지 않은 터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성장률은 2019년 치가 아니다. 3050클럽 국가들의 2018년 성장률을 한국의 2019년 치와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050클럽은 공식적 개념이나 범주가 아니다.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자본주의 역사가 오랜 나라와 성장률을 직접 비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경제 비교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순위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2년 새 성장률이 3.2%에서 2.0% 전후로, 잠재성장률도 같은 기간 0.4~0.5%나 급락했다는데 눈 감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성장률 대부분도 민간부문은 빈사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정부 예산으로 만든 것이다.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는 경기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데는 물가 수준을 고려한 명목 지표가 도움이 된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35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0.5%), 이탈리아(0.8%)에 이어 세 번째로 낮다. 한국과 경제구조가 유사한 독일(2.5%)보다 낮고, 일본(1.6%)보다도 아래에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더 좋아진다는 진단이 국내외에서 일치한다”는 대통령의 말도 사실이 아니다. 기업인 사이에서 “정부가 하는 일이라곤 반도체값 반등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을 문 대통령이 직시해야 한다.
[사설] 아직도 “경제 선방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착각
입력 2020-01-1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