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우승 때 ‘사인 훔치기’ 방조한 힌치 감독 짐 쌌다

입력 2020-01-15 04:02
A.J. 힌치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오른쪽)이 2017년 11월 LA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힌치 감독은 14일(한국시간) 2017년 월드시리즈 당시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고 구단으로부터 해고됐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 명장에서 공범 사기꾼으로’

2010년대 중후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빅리그 최강 수준으로 조련한 A.J. 힌치(46) 감독이 ‘사인 훔치기’에 개입한 혐의로 불명예스럽게 해고됐다.

MLB 사무국은 14일(한국시간) 2017년 월드시리즈 당시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제프 르나우 단장과 함께 힌치 감독에 대해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를 확정했다. 휴스턴은 징계 확정 직후 단장과 감독을 해고했다. 힌치 감독은 사실상의 사기극에 개입된 것으로 판명된 만큼 추후 메이저리그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1세인 2005년에 선수 경력을 마친 힌치 감독은 200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MLB 최연소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듬해 성적 부진으로 해임됐다가 2015년부터 휴스턴의 지휘봉을 잡았다. 힌치 감독은 전년도 70승 92패에 그쳤던 팀을 부임 첫해부터 가을무대에 진출시키며 수완을 인정받았다. 2017년에는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꺾고 구단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해에도 팀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키며 휴스턴을 리그 최강팀 중 하나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전 휴스턴 선수인 마이크 파이어스의 폭로가 나오면서 그의 리더십은 금이 갔다. 휴스턴이 2017년 월드시리즈를 치르던 중 홈 구장 펜스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 상대 사인을 간파한 뒤 더그아웃에서 쓰레기통을 두들기거나 휘슬을 부는 방식으로 타자들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을 알려줬다는 게 폭로의 골자다.

MLB 사무국 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이었다. 사인 훔치기는 벤치코치였던 알렉스 코라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과 현역이던 카를로스 벨트란 뉴욕 메츠 감독 등 선수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힌치 감독은 이런 정황을 알고도 방관했다.

힌치 감독은 해고 뒤 성명에서 “구단을 정직하게 이끄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며 “사인 훔치기를 막지 못해 유감”이라고 전했다. 휴스턴은 단장과 감독의 해고 외에 2020·2021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 박탈, 최대 500만 달러 벌금 징계도 받았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