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한 커진 경찰, 고강도 쇄신으로 신뢰 회복해야

입력 2020-01-15 04:05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검찰 개혁을 위한 입법이 마무리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되 재수사나 보완 수사를 요구할 권한을 검찰에 줬다. 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견제할 장치를 뒀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선거사범 등 중대범죄로 제한했다. 이제는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가 일정 정도 가능해져 검찰과 경찰은 상하 관계에서 수평적 협력 관계로 바뀌게 된다.

수사권, 기소독점권, 영장청구권 등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을 견제할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은 의미가 크다. 형사사법체계의 조정이 공정한 법 집행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란 열매를 맺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려면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잘 새겨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사사건건 권한 다툼으로 갈등을 빚거나 존재를 과시하려고 과잉수사 경쟁에 나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 입법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경찰 개혁을 추진해야 할 때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경찰도 국민 신뢰를 얻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지난해 버닝썬 수사나 과거 화성 8차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서 보듯 경찰은 부실·유착 수사, 강압수사로 지탄을 받았고 내부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도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이 권한을 오남용해 또다른 ‘공룡’이 되지 않도록 개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경찰권을 분산시키고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해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의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인 사찰, 정치·선거 개입 등을 하지 못하도록 정보 경찰의 임무를 엄격히 제한하고 정보 수집 범위를 구체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감찰 기능을 강화해 내부 비리를 엄단하는 등 쇄신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정한 법 집행을 유도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