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기존 정당의 위성 정당인 ‘비례○○당’ 사용을 불허했다. 선관위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을 준비하던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4·15 총선부터 적용되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들에 비례대표로 의석을 보전해주는 제도)가, 나머지 17석에는 기존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나눠주는 병립형 제도가 적용된다. 기존 거대 정당이 비례정당을 세워 정당득표율을 많이 확보할 경우 30석 중 상당수 의석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여권은 군소정당을 위한 몫을 거대 정당이 비례정당이라는 ‘꼼수’로 뺏어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당은 애초에 합의되지 않은 선거법이고, 비례정당을 세우는 것도 제도의 부당함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맞서 왔다.
선관위는 불허 결정의 주된 이유로 ‘비례’라는 단어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비례○○당’을 허용하면 정당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기존 전국정당과 구별이 어려워 유권자의 혼란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선관위 결정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비례정당을 세우는 대신 보수통합으로 창당되는 당을 전국정당으로 세우고, ‘자유한국당’을 비례정당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정당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한국당은 선관위가 정당법상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는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도 주장한다.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 중에는 기존 정당의 이름을 활용한 새누리당,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등이 있는데 이 정당들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선관위 결정을 일제히 환영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연한 결과다. 한국당은 민의를 왜곡하려는 꼼수 정치를 중단하라”고 했고,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선관위의 결정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한국당에 법이 직접 채찍을 든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더 나아가 선관위의 추후 대응 마련을 촉구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비례자유한국당의 창당 준비 과정에서 정당법, 정치자금법,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다수 밝혀진 바 있다. 선관위는 책임 있게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