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를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으로 이끌 ‘1등 선원’은 누구일까.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권을 경쟁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죽음의 조’로 평가된 C조를 뚫고 출전 16개국 중 가장 먼저 8강행을 확정했다. 백승호(다름슈타트)·이승우(신트트라위던)·이강인(발렌시아) 같은 스타플레이어 없이 이룬 성과다. 대표팀의 유럽파는 미드필더 정우영(프라이부르크)뿐이다. 김 감독은 주력 선수단을 확정하지 않은 ‘더블 스쿼드’로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15일 오후 7시15분(한국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대결하는 C조 최종 3차전은 우승 판세를 가늠할 모의고사인 동시에 ‘김학범호’의 주력 선수단을 구성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대표팀은 어떤 식으로 구성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공격진만 해도 앞선 두 번의 경기에서 확연하게 달랐다. 김 감독은 지난 9일 중국을 1대 0으로 이긴 1차전에서 오세훈(상주)을 원톱, 김대원(대구)·엄원상(광주)을 ‘윙어’로 각각 배치한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 감독은 이란을 2대 1로 잡은 지난 12일 2차전에서 선발 명단부터 포메이션까지 모두 갈아엎었다. 원톱 스트라이커 조규성(안양)을 이동준(부산)·정우영이 좌우 측면에서 지원하는 삼각편대로 공격진을 꾸리고 포메이션을 4-2-3-1로 전환했다. 중국전과 비교하면 선발 출전자만 7명을 바꿨다. 파격에 가까운 선수 운영이었지만, 대표팀의 조직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C조 최대 난적인 이란을 전반전부터 몰아붙여 빠르게 두 골을 뽑아내고 수월하게 승리했다.
이란전에서 득점한 이동준과 조규성은 대표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이동준은 중국과의 1차전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극장골’을 터뜨렸고 이란을 상대로 감각적인 선제골을 넣어 2경기 연속 골맛을 봤다. 이동준은 지난시즌 K리그2(2부리그) 최우수선수(MVP)에다 미드필더 부문 베스트 11에 오르며 국내리그 최고 수준의 영건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조규성은 과감하게 때린 중거리슛을 골문 안으로 정확하게 집어넣은 파괴력을 보여줬다. 193㎝의 장신인 오세훈이 타깃형이라면, 조규성은 왕성한 활동과 넓은 시야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돌격형 스트라이커로 볼 수 있다. 스스로 골 기회를 만들어내는 점에서 조규성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득점왕 황의조(지롱댕 보르도)와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토너먼트 첫 판에서 베트남,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경합하는 D조 국가를 상대한다. 이들 팀은 C조의 이란, 우즈벡보다 기량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8강보다 4강전이 도쿄행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B조에서 일본이 2전 전패로 탈락하면서 올림픽 본선 진출의 요건은 1~3위로 확정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