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3원칙 수용’에 보수통합 논의 일단 물꼬 트였다

입력 2020-01-14 04:03
4·15 총선을 위한 자유한국당의 세 번째 인재로 영입된 탐험가 남영호(43)씨가 13일 국회에서 황교안(왼쪽 두 번째) 대표로부터 꽃다발과 운동화를 선물받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2개월 넘게 지지부진했던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간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당이 4·15 총선을 93일 앞둔 13일 새보수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꼬가 트였다. 다만 해묵은 계파 갈등과 지분 싸움의 불씨가 남아 있어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발족하면서 저희도 동의한 보수·중도 통합의 6대 기본 원칙이 발표됐다”며 “이 원칙들에는 새보수당이 요구한 내용들도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발언이다. 3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새 집을 짓자는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된 6원칙에는 ‘더 이상 탄핵 문제가 총선 승리에 장애가 돼선 안 된다’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선 6원칙을 공식적으로 추인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당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은 큰 틀에서 통추위가 발표한 원칙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13일 국회에서 새로운보수당 대표단회의를 주재하는 하태경 책임대표. 연합뉴스

새보수당은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보수당의 보수재건 3원칙이 수용된 것”이라며 “보수재건과 혁신 통합으로의 한 걸음 전진이라고 평가한다”며 “양당 간의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보수통합 논의가 설 연휴를 앞두고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은 정부심판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른바 반(反)문재인 세력을 모두 규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새보수당은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초점을 맞췄으며, 통합 논의를 위한 통추위를 자문기구 격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 내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우리공화당의 합류 여부를 놓고 이견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우리공화당이 결국 통합 논의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문재인정부 심판을 위해 뭉치는 데 동의하는 세력을 합치기 위해 통합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몇몇과는 끝내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하나로 묶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보수당 입장에선 창당한 지 8일 만에 한국당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새보수당 내에선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합당을 하기보다 일부 지역구에서 단일 후보를 내는 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이날 오전 당 대표단회의에서 “한국당에 팔아먹으려고, 한국당과 통합하기 위해 새보수당을 만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통합 공천기구를 만드는 작업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새보수당은 보수재건 3원칙이 수용될 경우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당을 아우르는 공천기구가 만든 기준을 따르겠다는 것인데, 공천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잡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한국당, 새보수당 측이 참여하는 통추위는 이날 오후 첫 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14일로 일정을 미뤘다.

이날 우리공화당은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1호 인재’로 영입했다. 한 전 국장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페이스북에 정부의 대북 정책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파면됐다.

김경택 김용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