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첫 판결… ‘朴 비선에 재판정보 유출’ 유해용 1심 무죄

입력 2020-01-14 04:07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재판 정보를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 전 연구관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의 재판 정보를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내려진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3일 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혐의를 입증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재판부는 유 전 연구관 측이 제기한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별건수사 등 수사 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대부분 기각했다.

유 전 연구관(2015년 2월~2017년 2월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재임)은 2016년 2~3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성형외과 김영재씨와 부인 박채윤씨의 특허소송 정보를 청와대에 넘겨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휘하 재판연구관에게 소송 심리계획 등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도 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으로 이동하면서 가져온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 문서 파일을 2018년 3월 변호사 개업할 때 무단 반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재판연구관실) 검토보고서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검토보고서 파일이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사 사무실로 소지품을 옮기면서 문제의 파일이 담긴 외장 하드를 가져간 것을 두고는 “(외장 하드에) 사건 파일 일부가 포함됐다고 해도 개인정보 유출 범의(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 전 연구관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 “별건·표적 수사를 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기자들에게 알려준 내용이 있더라도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특정할 정도로 구체적이진 않다”며 “피의사실 공표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별건·표적 수사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정도로 볼 수 없다”며 일축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혐의와 무관한 문건을 촬영한 것은 ‘위법수집 증거’로 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