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두레’로 변신하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입력 2020-01-14 04:06
지역 주민들이 지난 8일 전남 화순의 도곡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딸기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도곡농협 제공

지난 8일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도곡농협 유통센터 앞에는 ‘딸기 바구니’가 가득했다. 유통센터에 왜 딸기가 모여 있는 걸까. 바구니에 담긴 딸기는 차례차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선별, 포장을 거치면서 근사한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도곡농협 관계자는 “농가에서 생산한 딸기를 가져다 놓으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공동 상품화를 한다”고 말했다. 도곡농협 APC는 지역 시설하우스 농가의 30%인 약 100곳이 참여하고 있다.

각 지역에 자리잡은 유통센터인 APC가 ‘두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농가의 경우 힘들게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농가 단위에서 집하, 선별, 포장에 이어 출하까지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애로를 겪는 중소형 농가를 모아 공동작업을 하는 곳이 APC다. 공동작업을 하면 개별 농가들이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품종과 재배방식을 일원화해 해당 지역 내 농산물의 품질 관리도 가능하다.

유통업체와의 가격협상 등에서 상당한 교섭력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농가가 모여 납품하기 때문에 유통업체, 도매시장 등과 거래할 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농촌에서 APC의 입지는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도곡농협은 2006년 제1 APC를 설립한 뒤 2014년에 두 번째, 지난해 세 번째 APC를 세웠다. 세 곳의 APC에서는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파프리카, 미니파프리카, 딸기, 방울토마토, 복숭아 등을 공동으로 상품화한다. 지역 총생산액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APC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6년부터 ‘APC산지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APC의 사업단계별 맞춤 지원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지난해 96명의 산지지원단을 꾸렸다.

이들은 APC의 건립, 설계, 시설 구축, 마케팅 등에 도움을 줬다. 총 36곳의 APC가 지원을 받았다. 1인 가구 증가, 안전 먹거리 선호 등의 소비환경 변화를 감안한 소포장 자동화 설비 도입, 농산물 우수관리제도(GAP) 인증, 고성능 상품화 설비 강화 등을 도왔다.

농식품부는 올해 APC산지지원단이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농산물 상품화 설비 도입 유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확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PC 내 발생하는 미세먼지 절감 및 작업환경 개선 방안도 연구에 들어갈 방침이다.

화순=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