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30대 유명 유튜버를 수갑으로 묶고 흉기로 공격한 남성 2명 가운데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범행 직후 호주로 도망간 다른 용의자도 뒤쫓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주 성동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가상화폐 유튜버 황모씨를 습격한 40대 용의자 A씨를 11일 강도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아파트 인근 CCTV와 위치 추적 등을 바탕으로 A씨의 동선을 쫓아 수원역에서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현장에 간 것은 맞지만 자신이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다른 용의자 B씨는 사건 발생 직후 인천공항으로 출국, 홍콩을 경유해 호주로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외로 도망한 B씨를 붙잡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사 공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일 새벽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는 황씨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타 범행을 저질렀다. 가해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사제 수갑을 황씨에게 채워 제압한 뒤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났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전 엘리베이터 내부 CCTV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도주 경로를 탐색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괴한들의 습격으로 황씨는 머리 쪽에 상처를 입었지만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씨 신변보호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씨의 조언 등에 따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앙심을 품고 범행을 벌였다는 추측이 나온다. 황씨는 지난 2017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가상화폐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방송을 진행해왔고, 현재 5만여명이 구독할 만큼 업계 내 영향력이 큰 편이다. 황씨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투자회사는 사건 발생 직후 공지를 통해 “손실에 눈이 뒤집혀 황씨를 비롯한 임직원에게 살해 협박과 위협을 가하는 회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