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상세목록 임의 작성… 檢, 압수수색 절차 위법”

입력 2020-01-13 04:07

청와대가 12일 검찰의 이틀 전 압수수색 시도 당시 제시한 ‘상세목록’이 법원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압수수색 절차 중 일부 과정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청와대에 제시한 영장에 나온 압수수색 대상은 법원에서 ‘적법하게 특정해’ 발부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검찰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청와대 수사 방식 등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영장 제시 당시에는 상세목록을 제시하지 않았다. 수시간이 지난 이후에 상세목록이라는 것을 제시했고, 그런데 이 목록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즉 영장과 무관하게 임의로 작성된 목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 판단을 거친 영장과 관련 없는, 임의의 작성된 상세목록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이 압수 자료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가 18명으로 적시돼 있었다”며 “18명 중 누구에 대해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인지) 특정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모든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것인지, 그래서 저희가 협조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위법한 수사에 대해서는 협조할 수 없다.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착수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그런 논의를 전혀 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영장 범위 내에서 필요 최소한의 목록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자료 임의제출 요구, 법원 발부 압수수색영장 집행에도 청와대가 응하지 않아 최후 수단으로 매우 제한적인 내용만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0일부터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청와대가 줄곧 “이것은 범위가 넓다” “압수물이 많다”는 태도로 버텼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것들은 이것”이라며 압수수색영장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목록을 작성해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컴퓨터에 있는 울산 공공병원 사업 관련 회의록’ ‘관련 보고서’ 식으로 구체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대한 국가이익’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만한 근거는 못 되는 자료들이란 주장이다.

청와대가 “영장과 무관하게 작성된 목록”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 예정하는 압수 대상에 한정했다”고 반박했다. 영장이 규정한 ‘압수할 물건’을 쉽고 구체적으로 해석해 준 수준인데, 오히려 수사를 받는 청와대 측이 “법원 판단을 거치지 않았다”며 위법을 주장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검찰의 재반박에 대해 “추가 입장을 내놓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2016년 10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자료 목록을 제시해 일부를 제출받았다”고 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던 박근혜정부 청와대조차 압수수색영장에 기반한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13일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제시, 증거 확보를 재시도할 방침이다. 검찰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때 청와대와 경찰이 하명 수사와 특정 후보 공약수립 도움 등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

임성수 구승은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