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부동산 가짜 뉴스… 정부 ‘대책’ 신뢰 상실 전조?

입력 2020-01-13 04:08

최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 SNS를 ‘가짜뉴스’가 뜨겁게 달궜다. 정부가 13일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추가로 내놓는다는 내용의 ‘지라시’다. 국토교통부가 출입기자단에게 사전 보도계획을 배포할 때 사용하는 문자메시지 양식과 같아 일반인으로서는 속을 수도 있다. 허무맹랑한 내용도 있어 가짜뉴스 티가 났지만, 부동산시장에선 사실처럼 급속도로 퍼졌다. 국토부는 부랴부랴 엄정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짜뉴스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본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신뢰성을 잃게 되는 일종의 ‘전조’라고 지적한다. 잇단 부동산대책 발표에 정책 효과를 놓고 불신이 깊어졌고, 시장에 ‘정책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정부 정책보다 신뢰성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정책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13일 추가 부동산대책이 나온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됐다.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 개선 방안’을 13일 오전 10시에 배포하고, 오후 1시 백브리핑을 진행한다는 게 뼈대였다. ‘보도자료 배포’ 백브리핑’ ‘건명’ ‘엠바고’ 같이 정부부처에서 쓰는 용어를 활용했고, 백브리핑 참석자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해 오해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주요 내용도 그럴싸했다. 1주택자 대출규제로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30% 이하로 낮춘다고 명시됐다. 신용대출을 금지하고 투기지역에서 주택을 거래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초고강도 규제’도 언급됐다.

이와 달리 가짜라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황당한 내용도 있었다. 4기 신도시를 공중부양 택지로 조성한다거나,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초월적 힘을 발휘하는 매개체인 ‘인피니티 스톤’을 활용해 공간 이동시설을 설치한다는 식이다.

허무맹랑한 가짜뉴스인데도 시장은 떠들썩했다. ‘지라시로 치부하기엔 디테일하다’ 식의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해 추가 대책이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지라 시장 반응은 격렬했다.

가짜뉴스가 유포되던 초기에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 별도 대응계획이 없다”던 국토부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문이 퍼지고서야 부랴부랴 나섰다. 국토부는 “추가 대책을 예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토부를 사칭한 가짜뉴스 유포에 대해 수사 의뢰 등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가 왜 이 시점에 출현했는지에 주목한다. 정부가 신뢰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시장불확실성만 키운 결과라고 꼬집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국민이 집값에 대해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정책 예측성이 떨이지면 황당한 내용이더라도 신빙성 있는 정보처럼 유통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러 차례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추가 대책을 또 내놓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니 ‘어떤 대책을 내놔도 소용이 없다’는 식의 조롱이 팽배하다는 해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황당한 내용까지 정부 대책으로 포장되는 것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 없다고 시장이 받아들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동산시장에 정부 정책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