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장애인 인식 개선 앞장… 비장애인들에게도 ‘희망 아이콘’

입력 2020-01-13 19:05
박마루 복지TV 사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소재 중견기업인 SIMPAC에서 직원 수백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인천지회 제공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반드시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을 해야 하도록 의무화됐다. 그러면서 장애인도 ‘스타 강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무원 140만명과 50인 이상 민간기업을 합할 경우 800만여명이 장애인인권교육 대상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장애인 고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유쾌하고 발랄한 프로 스타일 때문에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전문강사로 손색이 없습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법정의무교육이 대두되면서 박마루씨의 강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으로 그의 강의를 듣는 사람은 50만명을 넘어섰다. 박씨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로의 위탁을 받아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인천지회와 손잡고 장애인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인천 부평구 청천동 소재 중견기업인 SIMPAC에서 직원 수백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 강의를 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인 송도컨벤시아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대신 직원 10명과 송도컨벤시아 건물관리를 담당한 ㈜재신지앤에스 직원 32명을 대상으로 강의했다.

박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 목발을 사용해야만 걸을 수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경인방송 라디오(FM 90.7) ‘박마루의 시사포차’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 최초의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인문학 및 자기계발 강사로 삼성전자, 은행연합회, 연세대, 인하대 등 단체 및 학교와 기업에서도 찾는 인기강사다. 인하대에서는 2년째 인문학 강사로 그를 초청했을 정도다. 유튜브 채널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에서도 ‘우리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와 ‘실컷 울고나면 알게 되는 것’ 등 2차례 강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동영상의 시청자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장애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전하는 박씨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82년 뇌출혈로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제대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불만 많은 청년기를 보낸 그가 유쾌한 장애인식강사로 변신하기까지는 역경과 노력이 있었다. 사이버대학에서 142학점을 받은 게 계기가 돼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에서 직업재활을 전공했고, 그 뒤 인생의 반전이 이뤄졌다.

지금은 12살 연하의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박씨의 스토리는 우리 사회에 계층이동 사다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8년 KBS 인간극장 ‘사나이 가는 길’ 주인공으로 5일간 방송이 돼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씨는 KBS TV ‘사랑의 가족’, EBS TV ‘희망풍경’ 등의 진행자를 맡으며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2018년 7월부터 현재까지 공익방송 복지TV 사장을 맡고 있으며 ‘박마루의 뉴 공감세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문화운동가라는 말을 좋아한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중앙회 이사이기도 한 박씨는 시각장애인 연주자 4명을 발굴해 유명 걸그룹 마마무 기획사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한국 장애인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2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분해 한국장애인문화협회를 통해 집행하고 있다. 박씨 자신도 ‘다시 꿈을 꾸어요’ 등 음반 4집을 발매한 가수다. 지난해에는 가스펠 음반 ‘주만 바라볼게요’를 발매했다.

또 1200만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중앙자원센터, 전국자원봉사센터협의회,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공동으로 임명한 ‘대한민국 자원봉사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는 ‘브릿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울어도 돼요’라는 제목의 저서를 펴냈다.


▒ 박마루 복지TV 사장은 누구?
“극단 선택 위기 겪은 뒤 ‘브릿지 리더십’으로 세상과 소통”


“1982년 뇌출혈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두 차례 극단적 시도를 했었죠. 성경말씀에 의지하면서 비로소 멈출 수 있었습니다.”

박 사장(사진)은 “가난한 어린 시절 목발을 짚은채 재래식 화장실에 빠졌던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장애인들도 나를 보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2014년부터 4년간 10대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9억원 규모의 장애인기저귀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사회복지계의 요구를 반영해 농아인평생지원센터를 처음 도입했고, 4억2000만원을 투입해 세계사회복지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했다. 또 극단적선택으로 연 2530명의 서울시민이 생명을 저버린 상황을 개선하기위해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건강센터를 분리해 10년 이상 경력자가 전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쳤다.

박 사장은 시의원으로 일할 때 시의회 질의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질의했던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아버지가 자폐아를 죽이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이 사건을 끄집어내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를 추진하는 근거로 삼은 것이다.

박 사장은 마지막으로 “‘브릿지 리더십’을 통해 사회통합의 한 영역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본격화된 2020년을 계기로 장애인들도 문화예술을 통한 국제교류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습니다.” 그는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