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압적 시진핑 노선의 역효과 보여준 대만 총통 선거

입력 2020-01-13 04:03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 총통이 11일 열린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승리다. 차이 총통은 817만231표(57.13%)를 얻었다. 1996년 대만에서 총통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은 득표다. 차이 총통 압승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홍콩 사태를 겪은 중국 공산당은 본토에서의 취업 확대 등 당근을 제시하며 대만인들에게 열렬히 구애했다. 차이 정부를 고립시키기 위한 선전전도 치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차이 정부가 독립을 추진할 경우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투표장은 유권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한 표를 던지기 위해 수천 명의 해외 거주 대만인들이 귀국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은 “민주와 자유를 지켜야 한다” “대만의 민주적 생활방식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내세워 통일을 앞당기려던 시 주석에게는 뼈아픈 타격이다. 이번 차이 총통 압승의 주요 원인이 된 홍콩 사태 격화를 부른 게 시 주석의 강압책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홍콩에 이어 대만에서도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가 심각한 정도임을 보여줬다.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는 ‘중국몽(中國夢)’으로 대표되는 중화 민족주의에 기반한 확장노선, 대내적으로는 공산당의 전면 영도를 강조하며 강력한 권위주의 체제를 관철하려 한다. 사실상 1인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의 강경책은 신장(新疆)위구르·티베트자치구 등에서의 인권 유린, 시민사회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도 순탄하지 않은 터에 홍콩·대만 등 변방의 원심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중국 정부가 이번 선거 결과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무력시위와 경제·외교적 고립 조치 등으로 대만을 더욱 옥죌 가능성이 크다. 대만 문제에 적극 개입을 공언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까지 가세해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도 작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정부도 이번 선거의 의미를 꼼꼼히 살피고 그 파장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