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요즘 들어 부쩍 진보 진영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그의 지적은 늘 있는 보수 진영의 진보에 대한 공격이나 비판과 성격이 다르다. 보수의 진보 비판은 정치 공세이거나 또 하나의 진영 논리인 경우가 많지만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그의 지적은 진영 논리가 아닌 상식에 가까운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진 전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 설전을 벌이면서 조국 사태 당시 조국 편을 들었던 정의당을 향해 “의석수에 눈이 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선거법을 개정, 의석수를 늘려 보려는 목적으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가 정의당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밝힌 대목에서 통쾌함을 느낀 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이 문 의장 지역구를 물려받아 4·15 총선에 나오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조국 사태 이후 비리를 비리로 부르지 못하고 세습을 세습이라 부르지 못하게 됐다”며 “지역구가 아빠 것이면 아빠 찬스”라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진 전 교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 논란과 관련해 ‘필요한 대응’을 하라고 지시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아니나 다를까 총리도 나섰네요”라며 당정청이 전방위적으로 윤 총장 찍어내기에 나선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도 별수 없다. 윤 총장이 쥔 칼을 빼앗고 항명 프레이밍을 걸어 노골적으로 총장을 내치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각 진영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조국 사태 당시 진보 진영 내에서 조국 일가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이적 행위로 규정하며 억압하는 일이 많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함은 물론이다. 진 전 교수는 ‘조국기부대에도 태극기부대에도 들어갈 수 없는 시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식과 합리를 가진 유권자들이 진영 싸움에서 벗어나 중심을 잡아달라고 강조한 것이다.
[사설] 진중권의 진보 진영 비판이 눈길을 끄는 이유
입력 2020-01-1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