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인사, 그 후 검찰의 과제

입력 2020-01-13 04:03

지난 8일 법무부가 검사장급 검사 32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대검찰청 참모진이 대거 교체됐다는 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이 잘려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나 감찰무마·선거개입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윤 총장은 “늘 해오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자”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이 해야 할 게 있다. 먼저 검찰 내부에서 ‘내 식구 챙기기’를 없애는 것이다. 윤 총장은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일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하는 강단을 보여줬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증인으로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결국 윤 총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올곧고 강직한 인물로 칭송했다. 윤 총장은 오랜 고시낭인 생활에 정권의 핍박도 받았던 만큼 공명정대하게 조직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검찰 주요 직책에 ‘특수통’을 전면배치하는 것을 보고 고개가 갸우뚱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1, 2, 3차장을 모두 특수통으로 채웠고, 대검에 입성한 후에도 측근들을 참모진에 배치했다. 구체적으로 ‘대윤·소윤’ 중 ‘소윤’으로 불렸던 윤대진 검사장, 강남 출신으로 소년등과해 엘리트코스만 밟은 한동훈 검사장 등이다.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과 인연이 있는 특수통이 공안과 기획 라인까지 장악해 불만이 들끓었다는 말도 나돌았다. 무릇 조직은 다양한 구성원이 조화롭게 일을 할 때 건강해진다. 신문사에 정치부와 경제부, 문화부 등을 홀대하고 사회부만 중용하면 신문이 제대로 만들어지겠는가. 윤 총장은 “조직을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해왔던 용병술은 조직을 망치는 행위다. 지난 8일 있었던 인사는 상당한 논란을 빚고 있다. 절차를 놓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그 자리에서 검찰이 좀 더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검찰이 또 하나 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수사를 좀 더 신속히 하라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는 무려 4개월이 걸렸다. 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한다는 특수부(반부패수사부)가 한 것치고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국정농단’이라는 초대형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의 활동 기간은 이보다 짧은 3개월이었다. 수사 상황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오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수사력이 떨어진다고밖에 볼 수 없다.

조 전 장관의 ‘내로남불’은 둘째치고, 이런 느림보 수사는 크고 작은 오해를 불러 검찰을 옥죄었다. “털 게 없으니 무슨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한다”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여기에 신속하지 못한 수사는 과거 검찰의 관행과 결부돼 검찰 불신에 기름을 끼얹었다. 과거 검찰은 타깃을 잡아놓고 먼지털이식 과잉 수사를 자주 벌였다. “한 번 검찰에 불려가면 영혼까지 털린다”는 말처럼 과잉·강압수사가 많았다고 한다. 혐의가 없으면 ‘별건수사’로 타깃을 감방에 넣은 사례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이번 조 전 장관 수사도 과거 검찰 관행과 연결해 무수한 억측을 낳았다. ‘인디언 기우제’가 대표적이다. 청와대와 여당, 소위 ‘어용지식인’이라고 하는 유시민씨 등으로부터 많은 공격도 받고 있다.

윤석열의 검찰은 어떤 이해관계도 따지지 않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믿는다.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신속한 수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신속한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차제에 먼지털이식 강압수사도 줄여야 한다. 윤 총장이 ‘조직’이 아닌 ‘국민’을 사랑했으면 한다.

모규엽 사회부 차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