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 참석차 2박3일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정 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로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장관 등을 만났다. 미 백악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나 ‘깜짝’ 회동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며 “미국이 양국과 공유하고 있는 지지와 깊은 우애에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날이 김 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며 김 위원장에게 꼭 좀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9일) 적절한 방법으로 북측에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북·미 정상은 친서 외교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매우 아름다운 편지였다”고 했다. 정 실장은 ‘호르무즈해협 파병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었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회동을 통해 파병 등 동맹 차원에서의 기여를 한·일에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당초 예정에 없던 회담을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따라 진행한 만큼 중동 지역에서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동 지역 정세 악화로 미국으로서는 동맹국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파병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올해부터 적용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