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원칙대로” 靑 압수수색… 秋 “특별수사팀, 허가 받아라”

입력 2020-01-11 04:00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인사 조치로 자리를 옮기게 된 대검찰청 간부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총장, 강남일 차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뉴시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 했다. 지난 8일 법무부가 대검찰청 간부를 대거 교체하는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한 지 이틀 만이다. ‘수사는 원칙대로 간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강하게 충돌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특별수사팀 등 비직제 수사조직을 만들 때 장관의 승인을 받으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대대적 인사에 이어 윤 총장의 힘을 빼기 위한 후속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10일 검사와 수사관을 청와대로 보내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사와 수사관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대기하고 자치발전비서관실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전날인 9일에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발전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일명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참모진이 모두 전보 조치 된 상황에서 이틀 연속으로 울산 선거개입 의혹 관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공공병원 설립 등 송 울산시장의 공약을 설계하는 데 청와대 인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장환석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2017년 송 시장과 청와대 측이 공공병원 설립 등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했다.

윤 총장은 고위직 인사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연 이틀 이어진 압수수색이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는 그의 기조를 반영했다는 관측이 많다. 법조계에선 곧 이어질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팀 간부들이 다수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간간부급 인사 전에 최대한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사태풍’을 맞은 윤 총장이 스스로 직을 내려놓거나 전출된 검사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총장은 신년사에서 “검찰 구성원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인사 진후 참모들을 만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할 일은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독려하기도 했다.

추 법무부 장관은 이날 수사팀, 수사단 등 비직제 수사조직을 설치할 때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으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과 ‘검찰근무규칙’(법무부령)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을 발족했다. 기존 비직제 수사조직으로는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 ‘정권 겨냥’ 수사에 대해 직속 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이 제기되자 추 장관이 이를 봉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선거 범죄를 수사하는 공공수사부를 포함해 반부패수사부, 강력부, 외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직제개편도 추진 중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