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질책하는 발언을 일제히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은 항명을 할 것이 아니라 순명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설훈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위자가 상위자에게 항명한 것”이라며 “이것을 문제 삼아야 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날 추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며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해 ‘항명’ 딱지를 붙인 것을 이어받아 여권이 윤 총장에 집중포화를 퍼부은 것이다. ‘여권이 윤 총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8일 저녁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는 순리와 상식을 거스른 인사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청와대 감찰무마 및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해 온 검사장들은 하나같이 한직으로 밀려나고 조국 수사 라인에서 윤 총장 배제를 거론했던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이 났다. 여권 보위용 인사이고 여권 수사에 대한 보복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노골적인 인사안을 짜놓고 윤 총장에게 구색 맞추기식의 인사 협의를, 그것도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기 30분 전에 요청해 놓고 응하지 않았다고 ‘항명’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검찰은 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에 이어 10일에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검사장급 인사 후에도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이 윤 총장을 흔드는 것은 노골적인 수사 방해다. 이런 행태는 여권이 추진해 온 검찰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는 것 못지 않게 검찰 개혁의 중요한 과제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여권에 대한 수사 차단용이어서는 안 된다. 인사권을 남용해 검찰을 여권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재편하는 게 검찰 개혁일 수는 없다. 국민들은 다음 주 단행될 지검 차장·부장검사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수사팀의 실무 책임자를 배제하는 인사가 이뤄진다면 여권 스스로 검찰 개혁의 진정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여권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
[사설] 윤석열 융단폭격, 이게 검찰 개혁인가
입력 2020-01-1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