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고속도로’가 열렸다. 데이터 3법(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9일 천신만고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했다. 처음 법안이 만들어진 지 2년여 만이다. 이 법안들은 미래 산업의 원유(原油)로 불리는 데이터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 당국은 데이터 3법 통과에 맞춰 데이터거래소와 데이터 전문기관을 도입하고,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데이터 3법 제정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방대한 분량의 ‘비실명화(가명정보) 데이터’ 구축이다. 시중은행이나 카드·보험사 등은 데이터거래소 등을 통해 필요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 중국의 인터넷은행 마이뱅크(알리바바 계열)나 위뱅크(텐센트 계열)처럼 통신요금 납부 내역, 온라인 쇼핑 정보 등을 활용해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계층(청년·주부 등)을 겨냥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는 것도 가능하다. 자동차 급제동 빈도나 운전시간·거리 등을 따져 모범운전자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주는 보험상품, 소비·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식당·화장품 할인 쿠폰을 주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금융권을 넘어 공공기관과 통신·정보기술(IT) 회사의 ‘데이터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에게 특화된 ‘다품종 소량 금융상품’이 대거 출현한다는 기대감도 높다.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정보 등을 바탕으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업체는 물론 신생 핀테크 기업들도 보유 데이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어 새로운 사업 영역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빅데이터가 오고갈 수 있는 정보 고속도로가 깔릴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는 신세였다. 늦게나마 통과돼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시행령 마련, 데이터 거래를 위한 인프라 구축, 데이터 처리기구 설치·운영,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심사 통과 이슈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후속 대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터 유출, 보안사고 등이 이전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반발했다.
양민철 최예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