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사진) 법무부 장관은 9일 “검찰총장이 나의 명을 거역했다”며 윤석열 총장을 작심 비판했다. 추 장관은 ‘윤석열 사단’에 속한 인물들을 모두 교체한 전날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고 자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이 “검찰총장 의견 수렴 없는 인사는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추 장관은 “제가 위반한 게 아니라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윤 총장의 항명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추 장관은 “그 전날(7일)에도 의견을 내라고 한 바 있고 또 1시간 이상 통화하며 의견을 내라고 했다”며 “검찰인사위원회 이후에도 얼마든지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보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무려 6시간을 기다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검찰총장은 ‘제3의 장소에서 구체적인 인사안을 갖고 오라’고 법령에도,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갑윤 한국당 의원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 심혈을 기울여 수사하던 분들이 전부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친노, 호남 인사로 채워졌다”고 하자 추 장관은 “그렇지 않다. 지역과 기수별로 안배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정해진 절차가 있느냐는 여당 의원 질의에 추 장관은 “어떤 정형화된 의견 개진의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관이 집무실에서 대면해 총장에게 인사안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구하고자 여러 시간 기다렸다”며 “총장을 예우하는 차원이었지 절대로 요식행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또 “저는 상당히 배려를 해서 직접 오시라고 한 것”이라며 “인사 범위가 32명으로 한정적이어서 30분은 충분히 총장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전날 추 장관은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기 30분 전 대면으로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을 법무부로 호출했지만, 대검은 인사안을 미리 본 뒤 제3의 장소에서 면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 불신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균형 인사, 인권 수사를 위한 방안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인사들이 이뤄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추 장관으로부터 인사 관련 상황을 전화로 보고받고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추 장관에게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인사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검찰은 조용했다. 추 장관 발언에도 대검찰청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총장은 오전에 간부회의를 열었지만 인사 관련 언급은 없었다. 윤 총장은 검사장들이 전출 신고를 하는 10일 오후 당부의 말을 통해 이번 인사와 관련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임성수 박상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