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54·20기·사진) 전 검사장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1, 2심은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인사 보복을 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법리를 오해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 사건은 지난 8일 법무부가 단행한 대검검사급 인사를 전후해 검찰과 법조계에서 거론됐는데, 공교롭게도 인사가 단행된 이튿날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했던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주지청과 통영지청은 부장검사가 지청장을 맡는 ‘부치(部置)지청’이다.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1, 2심 재판부는 경력검사가 부치지청에서 근무할 경우 다음 인사 때 희망 근무지를 반영토록 하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안 전 검사장 지시를 받은 인사담당 검사가 유례없이 경력검사를 부치지청에서 다시 부치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했고, 인사형평성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 검사에 대한 인사안이 인사담당 검사의 재량 범위에 있는 업무였으므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요건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며 “실무 담당자는 인사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해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해 적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 측은 판결 직후 “직권남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면죄부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전날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이번 판결을 연관 짓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간부들을 대거 교체한 인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안 전 검사장과 같은 직권남용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