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집단 발생한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잠정 판정됐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폐렴 발병 분석 전문가팀을 이끄는 중국 공정원의 쉬젠궈 원사는 “이번 폐렴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잠정 판정했다”며 “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해 이미 발견된 것과는 다른 바이러스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팀은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유전체 분석, 핵산증폭검사(NAT검사) 등을 진행한 결과 15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전날 새로운 바이러스가 이번 폐렴 발병의 원인일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호흡기와 장 내에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다. 인간 외에 소, 돼지, 고양이, 개, 낙타, 박쥐, 쥐, 고슴도치 등의 여러 포유류와 조류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는 6종이다. 이 가운데 4종은 보통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을 유발한다. 나머지 2종은 사스 바이러스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로 치명적인 호흡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팀은 “환자로부터 핵산과 유전체, 항체 증거 등을 발견하는 것은 단기간에 가능하고 병원체 분리와 병원성 검증 등 과학적 연구는 몇 주가 걸린다”며 “하지만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특효약과 백신 개발은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폐렴에 걸렸던 환자 8명이 완치돼 퇴원하는 등 사태가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전날 “환자들이 며칠째 발열 등의 증세가 없고, 임상 전문가의 진단 결과 퇴원 기준에 해당돼 퇴원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앞서 지난 5일 원인불명 폐렴 환자가 44명에서 59명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7명이 ‘중증’이라고 발표했었다.
우리 질병관리본부(질본)도 국내 발생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질본 관계자는 “신종 바이러스가 나오게 되면 각 나라가 진단에 필요한 물질을 (발병국으로부터) 받아 자국에서 검사한다”며 “국내에서도 환자가 발생한 만큼 (중국으로부터) 해당 물질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질본은 폐렴 또는 폐렴의심증상(발열을 동반한 호흡곤란 등)이 있으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안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사람을 조사 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발생 첫 환자인 중국인 여성 A씨도 우한을 방문한 지 14일 내 폐렴으로 확진돼 유증상자로 분류됐지만 같은 바이러스인지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하다.
질본은 “격리 치료 중인 A씨의 상태는 호전되고 안정적”이라며 “A씨와 접촉한 가족 및 동거인, 의료진 등 29명도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메르스와 사스 등에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이외에도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폐렴구균 등을 추가로 검사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1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김영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