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한국 경제와 관련해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여전히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WB) 역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개월 전보다 하향 조정했다.
KDI는 9일 발간한 ‘경제동향 2020년 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일부 지표가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부진’ 평가를 내린 KDI가 경기 부진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DI는 소매판매, 서비스 생산 증가 폭 확대, 경기 선행지표 개선 등을 경기 회복의 전조로 해석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업 생산은 2.5% 상승했다. 0.8% 증가에 그쳤던 전월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11월 소매판매액도 3.7%로 전월(2.0%)보다 배 가까이 올랐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2로 98.8이었던 전월보다 0.4 포인트 상승했다. 국내기계 수주도 23.6% 증가했다. 12월 수출은 -5.2%로 전월(-14.4%)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
하지만 KDI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와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KDI는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위축돼 있고, 제조업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낮은 성장세는 세계 경기와도 맞물려 있다. WB는 이날 공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WB는 매년 1월과 6월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지난해 6월 내놨던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WB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전 세계적으로 무역·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B는 특히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세도 5.8%에서 5.7%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 등 무역 긴장에 따른 국제무역 축소 탓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6.1%에서 5.9%로 0.2% 포인트 낮췄다.
WB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성장률은 전망치에 포함하지만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 WB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2.6%, 2022년에는 2.7%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