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찰청 곳곳 ‘이름뿐인 2부장’

입력 2020-01-10 04:04
대한민국 경찰 캐릭터인 포돌이와 포순이. 경찰청 제공

울산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울산지방경찰청엔 2부장이 없다. 2017년 12월 이후 25개월째 공석이다. 전북경찰청(7개월째)과 경북경찰청(20개월째)도 마찬가지다.

지방경찰청 부장제(경무관 2∼3명)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6년 전 도입됐지만, 수도권과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경찰청의 1, 2부장 공석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시민들에게 전문화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경무관 자리만 늘려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경무관이 맡는 지방청 부장은 서울청과 제주청을 제외한 모든 지방청에서 운영되고 있다. 1부장은 주로 경무와 정보, 보안 등의 분야를 관리하고, 2부장은 수사와 형사, 경비교통 업무를 맡는 체제다. 그런데 9일 현재 울산청과 전북청 경북청 등 3곳의 2부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1, 2부장이 동시에 자리를 채우지 못했던 곳은 15개 지방경찰청의 3분의 1이나 됐다.

이처럼 2부장 공석이 잦아지면서 해당 지방청 업무는 기존의 ‘차장체제’와 똑같이 1부장이 모두 맡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직제만 있고 담당자는 없어서다. 그러자 경찰 내부에서조차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고위직 늘리기’ 폐해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청의 경우 이번뿐 아니라 2016년에도 2부장 자리가 9개월간 비어 있었다. 1부장도 두 차례에 걸쳐 17개월간 공석이었다. 결국 2015년 12월 이후 전북청에 1, 2부장이 함께 있었던 기간은 49개월 중 17개월에 불과했다.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전북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우(자유한국당) 의원은 “부장제 도입 이후 전북청 1부장과 2부장의 공석기간은 총 29개월이 넘는다”며 “전문성을 위해 도입했다지만 공석으로 비워두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민기(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자료를 살펴보니 1부장과 2부장 2명 모두 근무한 사실이 거의 없었던 만큼, 부장제보다 차라리 차장제(경무관 1명)가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권 조정이나 자치경찰 이슈와 관련해서 경찰청 본청 자치경찰추진단, 수사구조개혁단 등에 경무관이 가 있는 상태”라며 “치안수요가 그나마 덜한 지방청 부장을 비워놓고 있다. 지방청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박종승 전주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 제도는 치안 수요에 상관없이 경무관 자리 늘리기를 위해 일괄적으로 확대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지난 5∼6년간의 성과를 정밀 분석한 뒤, 치안 수요가 적은 곳은 원래의 차장제로 되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조효석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