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실시한 검찰 인사도 문제지만 그 이후에 보이는 정부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9일 자신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협의하지 않고 검찰 인사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폈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게 인사안도 전달하지 않았다. 그동안 검찰 인사는 법무부가 마련한 인사안을 놓고 장관과 총장이 의견을 조율해 왔던 것이 관례다. 검찰총장에게 인사안도 보여주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인사안을 내라고 하나. 더구나 윤 총장 입장에서는 불과 6개월 전 인사를 했기 때문에 굳이 의견을 내라면 현행 그대로 가자는 것이 의견이다. 인사안을 굳이 따로 낼 이유가 없다.
추 장관은 또 윤 총장에게 법무부 장관실로 와서 의견을 내라고 요구했다. 역대 어느 검찰총장도 장관실로 가서 인사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 검찰의 중립성이나 검찰권 독립을 위해서도 장관이 자기 방으로 검찰총장을 오라 가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가 하면 추 장관은 이번 인사에 대해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고 말했다. 국민들을 뭘로 보고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현 정권을 무조건 지지하는 세력들만 보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인가. 다른 중도적인 입장이나 반대 입장을 가진 국민들은 무시하겠다는 것인가. 현 정권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무더기로 좌천시키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인사를 통해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순수성도 훼손됐다.
이제 남은 일은 무소불위의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이성과 합리를 가진 국민들이 공정한 검찰 수사를 독려하고 지지하는 일만 남았다. 수족이 잘리고 고립된 윤 총장이 수사의 동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 때 댓글수사 문제로 지방으로 좌천됐지만 끝까지 버틴 적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도 있듯이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 자존심상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수모를 당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이번에 좌천된 다른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인사 다음날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압수수색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개월 전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비리가 있으면 엄정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 하기 바란다.
[사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20-01-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