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빚 700조 넘었는데도 총선용 예산 퍼붓기

입력 2020-01-10 04:03
이번 정부는 ‘큰 정부’ ‘포용 국가’를 내세우며 국정의 최우선 원칙이었던 재정건전성을 뒷전으로 돌렸다. 성장은 이루지 못하고 재정건전성만 해칠 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정면으로 비판을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재정지표가 보여주는 신호는 온통 빨간불이다.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상황을 보고 있는 게 분명해졌다. 재정건전성은 복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고 있다.

일단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세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을 마구 늘려서다. 정부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11월 누적치가 7조9000억원 적자다.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45조6000억원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0조1000억원 적자를 낸 후, 관리재정수지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2019년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2조3000억원인 정부 예상치보다 4조원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세수가 감소하는 데도 지출을 늘리면서 정부는 국채발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704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11개월 동안 증가한 부채가 52조7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정부 예산은 71조5000억원 적자다. 사회보장성 기금에서 적립하는 돈을 다 끌어모아도 30조5000억원 적자(통합재정수지 기준)이다. 경제위기가 아닌 평상시에 이처럼 대규모 재정적자를 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예상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4%로 회복될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짰지만, 경제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예산 집행을 총선을 앞둔 1분기에 집중하는 것도 문제다. 재정집행 관리대상 예산의 62%를 상반기에 집행할 것이고 그중 대부분을 1분기에 투입한다고 한다. 아예 대놓고 ‘총선용 예산 퍼붓기’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하반기에 경기가 악화하면 대응할 수단도 없이 바라봐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