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탈출 곤 “검찰이 가족까지 쫓겠다 위협하며 자백 강요”

입력 2020-01-09 04:05
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이 일본에서 탈출한 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탈출지인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는 12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에 의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잔인하게 떨어져 있어야 했다”며 일본 사법제도를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내가 어떻게 일본을 떠났는지에 대해 얘기하러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왜 일본을 떠났는지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일본은 떠나는 순간까지 지난 1년여간 단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이 자신에게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검찰은 내게 자백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를 쫓을 뿐만 아니라 네 가족까지 쫓겠다고 위협했다”며 “8시간 동안 변호인 없이 심문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곤 전 회장의 변호인단은 전날 성명을 통해 “곤 전 회장을 둘러싼 닛산의 내부 조사는 완전한 왜곡”이라며 “닛산의 내부 조사는 (곤 전 회장이 추진했던) 닛산과 르노의 통합을 피하기 위해 곤 전 회장을 끌어내린 사실을 전혀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검찰도 곤 전 회장의 불법성을 부각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의 부인 캐럴 곤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캐럴은 지난해 4월 곤 전 회장의 특별 배임 혐의와 관련해 공판 전 증인신문을 받을 당시 닛산의 자금 흐름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만 판매대리점의 인도인 간부와의 관계에 대해 허위 증언했다고 도쿄지검은 의심하고 있다.

신병 확보 가능성이 불투명한 캐럴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뒤 피의사실까지 공표한 도쿄지검의 예외적 행동은 장외 공방을 염두에 두고 곤 전 회장 측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곤 전 회장이 아내와의 면회를 허용하지 않은 보석 조건 등을 비판한 것에 맞서 캐럴 역시 피의자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형민 장지영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