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대검검사급(검사장)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한 8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인사를 놓고 하루 종일 극한 충돌을 벌였다. 결국 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뒤 저녁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법무부와 대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며 법무부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호출했다. 법무부는 비슷한 시각 ‘오늘 오후 4시까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내용의 업무연락도 대검에 보냈다. 법무부는 청사에서 오전 11시 인사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검찰청법 제34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검은 이 같은 법무부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인사 명단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의견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무부는 “장관이 제청 전까지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인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검찰총장은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대검은 “검찰총장이 사전에 법무부로부터 인사안을 건네받아 대검에서 보유한 객관적 자료 등을 기초로 충실히 검토한 후 인사 의견을 개진해온 전례 등을 존중해 먼저 법무부 인사안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인사위원회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맞받았다.
법무부와 대검은 전날에도 물밑 신경전을 벌였다.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7일 상견례 직후 추 장관으로부터 “법무부에서 인사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으니 검찰에서 인사안을 만들어 내일 오전까지 법무부로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윤 총장은 “검찰 인사의 주무부서인 법무부 검찰국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들고, 그 안을 토대로 의견을 드리는 것이 법령에 맞다”며 “법무부에서 준비 중인 인사안을 먼저 보내면 검토 후 의견을 드리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자 법무부는 같은 날 저녁 대검에 “인사안이 있으니 내일 오전까지 전달하겠다”고 알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 뒤 검찰 인사위를 개최한다고 통보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대면 시간을 제안한 것은 8일 오전이라고 한다. 윤 총장은 이 만남에 응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인사안도 받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을 만나는 건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며 “지금껏 검찰은 법무부 인사안을 보고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의견개진을 해왔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후에도 시간 단위로 공식입장을 내며 공방을 벌였다. 법무부는 “인사안이 원칙적으로 보안을 요하는 자료인 점, 대검이 법무부 장관을 직접 대면하고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요청한 점, 인사대상일 수 있는 간부가 인사안을 지참하고 대검을 방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윤 총장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이라며 “인사제청권을 행사하기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안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대검에 먼저 요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검은 “7일 퇴근 직전 검찰총장이 장관의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추 장관은 오후 4시쯤 정부과천청사를 떠나 1시간여 뒤인 오후 5시쯤 청와대에 도착했다. 청와대에서 인사안을 조율한 추 장관은 오후 7시30분쯤 인사를 단행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