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한국 정부도 서둘러 현지 교민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는 한편 향후 전개될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 강감찬함(4400t급)이 교민 수송에 투입될 수도 있다.
외교부는 8일 대책반회의를 열고 단계별 조치 계획을 검토했다. 강경화 장관은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 주재국 대사들과 화상 통화를 갖고 현지 상황을 확인했다.
정부는 교민 보호 조치를 최우선으로 수립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 1570여명, 이란에 290여명, 이스라엘에 700여명이 거주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는 1만800여명이 있다. 이란이 다음 보복 타깃으로 언급한 두바이가 UAE의 토후국 중 하나다.
이라크 교민 대부분은 카르발라 정유공장, 비스마야 신도시 등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건설사 직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5개 건설 현장에 14개 건설사 소속 1381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란에는 건설사 한 곳의 직원 1명이 있다고 한다. 이라크 내 한국 건설사 직원들의 소재지는 이날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 북부 에르빌이나 서부 알아사드와는 떨어져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교민이 이번 사태로 직접적 피해를 본 것은 없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단계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9일 외교부와 함께 중동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건설 현장 안전점검회의’를 개최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응을 통해 해외 건설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외교부는 이란 수도 테헤란 등 일부 지역의 여행경보를 1단계(여행유의)에서 2단계(여행자제)로 올렸다.
국방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경두 장관은 군 수뇌부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현 상황이 교민과 파병 부대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모든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 상황 정보를 미국 국방부와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UAE 아크부대(150명)와 레바논 동명부대(300여명) 등 중동 파병부대원들에게 안전 조치를 강화하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동성 최승욱 기자, 세종=전성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