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에 추가 제재 검토”… 전면전 언급 안해

입력 2020-01-09 04:05
이란 혁명수비대가 8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란은 미사일 공격이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사살한 미국에 대한 복수라고 밝혔다. IRAN PRESS·AFP연합뉴스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에 보복하겠다는 말을 실행에 옮겼다. 이란군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전면전 우려가 커졌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현지시간) 대국민성명을 통해 “미국은 사상 최대로 강력한 군대를 갖추고 있지만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이란 정권에 즉각적 추가 제재 부과 등 여러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면전 대신 추가 제재 등의 옵션을 미국이 선택함에 따라 양측이 당분간 관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앞서 8일 오전 1시20분(미국시간 7일 오후 5시20분)을 기해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에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혁명수비대는 작전명을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명명하고 작전 시간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숨진 시각(오전 1시20분)에 맞춰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간밤에 우리는 미국의 뺨을 때려줬다”며 “이런 방식의 군사적 행동으로도 충분치 않다. 미군의 주둔을 완전히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는 경미했다. 이란 국영 언론은 미군이 80명 이상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언론들은 미군이 사전에 방공호로 대피해 사상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미군의 피해 최소화는 이란이 사실상 미리 정보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CNN은 아랍권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관료들이 이라크에 미군 공격 정보를 넘겨줬고, 이라크는 다시 미국에 어느 기지가 공격당할지 사전경고를 줬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반격할 경우 미국 본토는 물론 미국에 협조하는 제3국도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명수비대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와 하이파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미사일 공격 직후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각국 정부는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소개령을 내렸고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란 영공을 피해 우회 비행을 했다. 테헤란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하고, 이란 핵 시설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으나 이번 사태와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즉각 입장을 내놓는 대신 미군기지가 공격당한 지 17시간여가 지난 후 예상보다 유연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군 피해가 거의 없는 만큼 긴장 고조를 최소화하면서 상황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미국의 보복을 추가 타격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어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지만 않는다면 양국 간 긴장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은 이형민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