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보잉 737 여객기가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군이 이날 새벽 가셈 솔레이마니 폭살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후 사고가 발생해 미국·이란 간 대결 국면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현재로서는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로 추정된다.
이란 국영텔레비전과 외신 등에 따르면 테헤란에 위치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민간항공기는 이륙 직후 갑자기 추락해 불길에 휩싸였다. 항공기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향하고 있었다. 이맘 호메이니 공항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에 승객 167명과 승무원 9명 총 176명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인 탑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키예프 보리스필 공항 관계자는 AP통신에 “이 비행편은 주로 겨울방학을 보내고 우크라이나로 돌아오는 이란 대학생들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항공기가 추락한 현장으로 4기의 헬리콥터와 22대의 앰뷸런스가 출동했으나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구조 책임자는 이란 국영TV에 “불길이 너무 강해 구조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고 직후 오만 방문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망자 및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잠정 조사에 따르면 모든 승객, 승무원이 숨졌다. 우리 대사관은 참사 경위와 사망자 정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추락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기술적 결함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란 도로교통부 대변인은 “사고기가 오전 6시쯤 공항을 이륙한 직후 엔진 하나에 불이 붙었고, 조종사가 기체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서 항공기가 지상으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UIA 측은 기체 결함과 조종사 실수 가능성을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참사 원인으로 격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과도한 억측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테러 가능성이 없다고 했던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대사관은 “조사위원회 발표 전에는 어떤 발표도 비공식적인 것”이라고 입장을 수정했다.
사고 항공기는 보잉 737-800기로 확인됐다. 중·단거리 비행용 항공기로 1990년대 후반에 도입돼 전 세계에서 수천대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2년간 추락 참사가 발생했던 보잉 737 맥스보다 오래된 모델이다. 보잉사는 “이란에서 발생한 사고를 주시하고 있으며 추가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