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를 찾는 성격유형검사 열풍… 맹신은 금물

입력 2020-01-12 18:07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등장인물을 MBTI성격 유형별로 구분한 표. 오른쪽은 해리포터 속 기숙사 성향을 MBTI에 따라 나눈 그림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성격유형검사(Myers-Briggs Type Indicator, 이하 MBTI) 열풍이 불고 있다. MBTI는 스위스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검사 도구다. 외향과 내향(E-I), 감각과 직관(S-N), 사고와 감정(T-F), 판단과 인식(J-P) 등 4가지 지표에 따라 총 16가지 성격유형을 제시한다. 이 검사로 성향이 외향적인지 혹은 내향적인지, 또 감각과 직관 중 어느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지 등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볼 수 있다.

대학생 A씨(22세)도 MBTI에 푹 빠져있다. 친구들과 유형을 비교해보는 것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 좋아하는 아이돌의 유형을 추측해보는 일도 다반사다. A씨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성격과 정말 비슷하게 나와서 놀랐다. 특히 엄마와는 정반대 타입이다. 평소에 엄마와 말이 잘 안 통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MBTI 관련 콘텐츠가 유행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성격을 MBTI로 분류하거나 성격유형과 소득과 관련성을 비교한 조사도 있을 정도다. 일례로 ESFP타입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 기숙사 중에는 ‘그리핀도르’ 유형에, 디즈니 공주 가운데는 인어공주 주인공 ‘에리얼’과 성향이 가장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성격유형검사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MBTI는 세계적으로 잘 쓰이는 검사 중 하나다. 내가 아는 나 이외에도 남이 보는 나, 그리고 무의식의 영역엔 내가 모르는 나도 있다. 검사를 통한 정보로 몰랐던 나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 성격은 어떤 결정과정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검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MBTI 검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울증 등 정신병리가 있는 경우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 진료실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또 심리학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단 16개 성격유형으로 범주화된다는 MBTI의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검사는 좋은 성격검사와는 거리가 있다. 선호도에 대한 문항이 많아서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쉽고, 특정 유형엔 무엇을 예측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며 “반대되는 유형들, 예를 들어 E-I 혹은 T-F도 실제로 완전 반대 성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MBTI 유형에 따라 섣불리 자신의 성격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해 알고 싶다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이 있는 검사인 MMPI나 PAI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성격 유형을 범주화해주지 않기 때문에 인기는 덜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