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인도에 완승을 거뒀지만 머릿속은 다소 복잡해졌다. 당초 예선에 속한 팀 중 우리나라와 호주에 비해 약한 것으로 평가된 카타르가 호주를 셧아웃시키는 의외의 전력을 보여주면서 9일 카타르전이 그야말로 ‘단두대 매치’가 됐기 때문이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8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B조 2차전 인도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19 25-20 25-23) 완승을 거뒀다.
정지석(대한항공)이 서브 에이스 2개 포함 12득점으로 팀을 이끈 가운데 교체 선수 허수봉(상무·8득점) 곽승석(대한항공·6득점)이 제 몫을 다했다.
당초 호주와 함께 준결승에 무난히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던 한국은 그러나 오전에 열린 호주와 카타르전을 본 뒤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한국을 세트 스코어 3대 2로 잡은 호주가 카타르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0대 3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에서 30득점을 올렸던 토마스 에드가가 3득점에 그칠 정도로 꽁꽁 묶였다. 반면 카타르는 라이트 그라시아노 다 실바가 팀 내 최다인 14득점을 올렸고, 센터 이브라힘이 서브 에이스 3개와 블로킹 득점 3개를 묶어 13점으로 거들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카타르의 다 실바는 프로배구 V-리그에서 활약했던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탄력과 파워, 타점을 모두 갖췄다”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 실바는 배구 강국 브라질 출신으로 카타르에 귀화했다.
한국은 카타르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카타르(2승·승점 6)는 한국(1승 1패·승점 4)과 호주(1승 1패·승점2)를 제치고 B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는 예선에서 ‘승리 수-승점-세트득실률-점수득실률’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호주가 9일 마지막 경기에서 인도를 잡을 가능성이 높기에 한국은 카타르에 꼭 승리해야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임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일 지면 어차피 끝나는 게임이다. 단두대 매치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날 태국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지역예선 B조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코트에서 몸풀 듯하며 3대 0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2연승으로 4강행을 확정했다.
장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