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현지에 주둔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병력들이 짐을 싸고 있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이후 미국과 이란이 극한 대립을 벌이자 지역 정세 불안을 이유로 철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과 dpa 등 외신에 따르면 한 나토 관리는 7일(현지시간) “우리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일부 인원을 임시로 이라크 안팎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나토 측은 이라크 주둔을 유지할 것이며 상황이 허락할 때 훈련 임무를 계속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dpa는 전했다.
나토 측 조치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 무인기 공습에 숨진 이후 중동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라크에 주둔하는 나토 인원 규모는 수백명으로, 이라크 정부 요청에 따라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해 현지 병력 훈련을 담당하는 군인 및 지원 인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토 29개 회원국은 물론 비(非)나토 협력국에서 파견한 인력도 포함돼 있다. 나토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숨진 지 하루 만인 지난 4일 이라크 내 훈련 임무를 중단한 바 있다.
이라크 주둔 독일군 35명은 지난 6일 밤 쿠웨이트와 요르단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력은 수도 바그다드와 북부 타지 지역에 주둔하던 병력이었다. 이들은 이라크 내 IS 소탕전에 관여해 왔던 병력으로 전해졌다. 캐나다 역시 이라크 주둔군 500여명 중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영국도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일부 병력을 북부 지역으로 이동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라크 주둔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지난 3일부터 이라크 파견 병력 160명에 대한 보호 태세를 강화했다”며 병력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바그다드 내 미군 기지에 주둔하던 병력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탈리아 국방부는 이들을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이라크 의회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직후 이라크 주둔 외국 군대를 철수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라크 현지 주둔 미군 사령관이 이라크 결정을 존중해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이를 부인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