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외환시장에 ‘불똥’이 튀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원 이상 급등하는 등 거세게 출렁였다. 금융 당국은 국내 금융회사의 대(對)이란 외화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400만 달러 안팎에 불과해 1차 파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라는 2차 파장이 밀려오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환율)의 급등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상승(원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한국 경제는 외국 자본유출 우려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맞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170.8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4.4원(0.38%) 상승했다. 환율은 장중 한때 1179.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 보복을 언급하지 않고 상황 점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이어 24시간 감시체계에 돌입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이슈가 수시로 부각되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 부총재는 “필요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환율이 1200원까지 뛸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으로 가면 잃을 게 많아 판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횡보하겠지만, 불확실성으로 1200원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향후 한 달간 1200원대에 안착하기보다 신흥국 중심으로 경기 반등 ‘기저효과’가 강해 1200원대를 찍고 다시 내려오는 패턴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 확대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로 쏠릴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 국제무역 경색을 동반하게 되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공 연구원은 “변동성이 커지면 글로벌 교역망이 위축돼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유가도 오르는 상황이라 오히려 수출기업의 원자재 구입 비용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공급 측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면, 소비·생산 위축을 불러와 시차를 두고 국내총생산(GDP)을 갉아먹는다”고 우려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