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자마자 급하게 바로 왔어요.” 두 딸의 어머니이자 직장인 김명주(41)씨가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 아름반 교실에 다급히 들어온 건 8일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였다. 올해부터 맞벌이 부부를 배려해 오후 8시까지 예비소집 시간이 연장된 덕에 그는 휴가를 쓰지 않고도 무사히 둘째 딸이 입학할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째 딸이 입학했던 지난해 예비소집에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연차를 쓰고 왔다. 김씨는 “시간을 미뤄주고 문자까지 보내주니 직장인 엄마 입장에서 좋다”고 말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주점순(52)씨는 예비소집 마감시간을 겨우 25분 남기고 늦둥이 둘째 아들을 등록하러 남편 없이 홀로 서울 영등포구 도신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날 도신초의 마지막 예비소집 등록자였다. 등록을 무사히 마친 덕에 아들은 세살 터울 누나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주씨는 “학교에서 연락을 준 덕에 늦게라도 올 수 있었다”면서 “예비소집 시간이 연장돼 아이가 다닐 학교 선생님 얼굴을 보고 직접 얘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처음으로 초등학교 예비소집을 야간에 실시했다.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오후 2시부터 2시간40분씩 실시해 왔던 등록시간을 오후 4시부터로 늦추고 주어진 시간도 4시간으로 늘렸다. 이들은 주민센터에서 받은 취학통지서를 이날 학교에 제출하고 입학등록을 했다. 올해부터는 허위로 등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미리 온라인 등록을 한 경우를 제외하곤 예비 입학생과 보호자가 동행하도록 했다. 대구시교육청 등 다른 지역 교육청 일부도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을 야간에 실시했다.
국민일보가 이날 서울시내 학교 5곳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제도가 바뀐 데 반색하면서도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후 7시가 넘어 도착한 학부모 강모(35)씨는 “아이가 유치원과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다 끝나고 데리고 올 수 없으니 중간에 부모가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사실 오후 8시까지 예비소집을 한다 해도 시간에 맞춰 집에 들렀다가 아이 밥까지 먹이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직장인 부모가 얼마나 되겠나”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늦춰진 시간에도 불구하고 오지 못한 학부모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수학학원 원장은 원생 두 아이를 데리고 왔다. 이 원장은 “두 가정의 학부모가 맞벌이라서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다며 간절하게 부탁을 해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부모와 통화 연결된 휴대전화를 붙든 채 홀로 취학통지서를 들고 현장에 도착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는 혼자서 취학통지서를 제출하고 귀가했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교육행정의 미비함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날 서울시내 각 초등학교에는 예비소집 시작 시간인 오후 4시만 고지받아 휴가나 반차를 내고온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었다. 한 맞벌이 여성은 “4시에 무조건 줄을 서야 하는 줄 알고 업무를 구실로 몰래 평소보다 몇 시간 일찍 직장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목동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올해부터 아이를 동반해야 한다는 점을 공지 받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간 학부모가 어림잡아도 수십명은 넘었다”면서 “학교에서도 관련 공문을 받은 게 겨우 엿새 전이다. 제도가 너무 급조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