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1월 관리재정수지 45조 적자… 국가채무도 700조 돌파 역대 최대 기록

입력 2020-01-09 04:04

정부의 재정 상황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정부 재정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1~11월 4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관리재정수지 악화에 4대 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채무도 증가세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700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늘어나며 적자를 키웠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 지출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의무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수입이 뒷받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세수를 늘리거나 지출 규모 조정이 가능한 재량지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1월 누계 관리재정수지가 4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란 4대 보장성기금(국민연금·사학연금·산업재해보험·고용보험 기금)을 제외하고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금액을 말한다. 같은 기간 적자 규모로만 보면 월간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크다. 연간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극적으로 적자 폭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4대 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도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1~11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7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4대 기금 수익이 늘며 적자 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흑자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통합재정수지도 적자가 될 공산이 높다. 당초 정부는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일 경우 2009년(-10조100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첫 적자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국가채무도 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보다 6조원 늘어난 70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국고채가 5조8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빚이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11월 총수입은 43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3000억원 줄었다. 그만큼 세금이 덜 걷혔다. 반면 같은 기간 총지출은 443조3000억원으로 47조9000억원 늘었다.

적자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만 봐도 재정수지는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예산 집행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6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벌어들이는 돈은 일정한데 앞당겨 쓰는 돈이 많다 보니 상반기 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복지 재원 등 고정 의무지출이 매년 늘어난다는 점도 재정수지 악화를 키우는 요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기준 239조3000억원인 의무지출 예산이 2023년에는 302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추계했다. 연평균 6.1%씩 늘어나지만 줄일 방법이 없는 예산이다. 반면 재정수입은 2023년까지 연평균 3.9% 증가하는 데 그친다.

세수를 더 늘리거나 재량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6.9% 증가하는 재량지출만 조정해도 재정수지 악화 폭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혁신성장 관련 예산 등 재량지출이 많아 지난해 재정수지 적자 폭이 컸다”며 “중장기적으로 조정하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