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대검검사급(검사장급) 인사 결과 8일 교체된 대검찰청 참모진은 지난해 8월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착수를 결정했던 이들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윤 총장이 선택한 첫 특별수사이기도 했다.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참모진은 당시 “지금 검찰이 나서지 않으면 비난 여론을 받는다”는 ‘실기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5개월이 지나 이 같은 결정은 좌천 인사로 돌아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의 인사가 추진된 계기를 결국 조 전 장관 수사로 본다. 검찰이 조 전 장관 비리 수사에 착수한 이후부터 청와대와 여권은 ‘정치적 수사’라며 검찰권 자제를 당부했다. 검찰 수사는 조 전 장관 이외의 갈래에서도 청와대를 겨냥했다. 울산지검이 오래도록 수사해온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서 본격화됐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온 검찰 수사팀과 그들의 지휘라인은 처음부터 인사 불이익을 각오하고 일해 왔다고 한다. 한 검사장은 “권력 수사를 하면서 인사까지 잘 받을 것이라 기대한 검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예로부터 선배들은 ‘수사했으면 됐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인사 대상자들은 “공직자는 주어진 제도와 시스템 속에서 일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한 부장 등의 좌천을 두고 검찰 구성원들은 격앙된 반응이었다. 수사팀이 아닌 지휘라인에 대한 배제 조치이긴 하지만, 수사에의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달리는 자동차에서 기름을 빼는 격인데 어떻게 다시 달리겠느냐”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장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주체 규명,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가 윤 총장과의 대면 없이 모든 대검 참모진을 교체해버린 이번 인사를 두고 절차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만나 협의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은 검찰청법 위반 문제로, 진행 중인 주요 수사 지휘라인이 한직으로 발령된 것은 직권남용 소지로 거론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형식적으로 했다면 검찰청법 위반에 해당하며, 추후 직권남용의 중요한 징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유죄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안 전 국장은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덮으려 보복성 인사 조치를 한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안 전 국장이 서 검사를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는 지청)인 여주지청에서 또 다른 부치지청인 통영지청으로 거푸 발령낸 것이 공정한 검찰 인사를 훼손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해친 행위는 ‘중대한 범죄’로 판단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구승은 박상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