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중동 쇼크’… 당분간 ‘롤러코스터 장세’ 불가피

입력 2020-01-09 04:01

미국과 이란의 ‘중동 리스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전날 1% 가까이 상승 마감했던 코스피지수는 회복 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오름세가 주춤했던 국제유가와 금값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금융 당국은 긴급 금융시장점검회의를 열고 “대(對)이란 리스크 관련 시장점검반을 가동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는 8일 전 거래일보다 24.23포인트(1.11%) 내린 2151.31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 이란의 미군기지 폭격 사실이 전해지며 줄곧 하락 장세가 펼쳐졌다. 장중 한때 2137.72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나마 4분기 실적 발표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더해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고가를 경신하며 하락 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는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3.88%), 에이치엘비(-6.67%) 등의 급락세에 전 거래일보다 3.39% 내린 640.94로 거래를 마쳤다.

중동 리스크에 휘말린 건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57% 내린 2만3204.76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22%, -0.93% 떨어졌다.

국제유가와 금값은 요동을 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전 9시쯤 4.7% 뛴 65.65달러까지 치솟았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현물가격은 같은 시간 온스당 1611달러까지 오르며 6년9개월여 만에 1600달러 선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에서도 금 현물 가격(1g당)이 전일 대비 2.14% 오른 6만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72.6㎏, 164억원을 기록하며 2014년 3월 금시장 개장 이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애초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됐던 이란과 미국의 물리적 충돌이 가시화되면서, 양국 움직임에 따라 증시 및 자산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고 추이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시장점검반을 가동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증시 방향성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81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락장을 대형 정보기술(IT) 종목의 매수 기회로 삼은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이란의 미군기지 공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은 단기 충격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무력 충돌보다 경제 제재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